“진짜 고통은, 웃을 수 없을 때가 아니라 웃고 싶지 않을 때 온다.”
‘어 리얼 페인(A Real Pain, 2024)’은 가벼운 코미디처럼 시작해 예상치 못한 감정의 깊이를 보여주는 영화예요. 조카와 삼촌이라는 가까우면서도 멀었던 두 사람이 가족의 죽음을 계기로 함께 떠난 여행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상실과 화해를 배워가는 여정입니다.
1. 너무 다른 두 사람, 하나의 기억
벤과 데이빗은 성격도, 가치관도, 삶의 속도도 정반대예요. 하지만 둘은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그녀의 뿌리를 찾아가는 유럽 여행을 함께 떠나게 됩니다.
이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잊고 있던 가족의 이야기와 자신들의 과거를 마주하는 시간이 됩니다.
2. 유머 속에 숨어 있는 진짜 감정
제시 아이젠버그 특유의 빠르고 날카로운 대사와 키어런 컬킨의 자유롭고 즉흥적인 연기는 형제 같은 유쾌함과 피곤함을 동시에 전달해요.
웃긴 장면이 많지만, 그 속에는 소외, 죄책감, 회피, 그리고 그리움 같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숨어 있어요.
특히 여행 중 점점 드러나는 데이빗의 슬픔과 벤의 상처는 이 영화가 단순한 버디 코미디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3. 진짜 고통은 말하지 못한 감정에서 온다
벤은 자신이 가족에게 덜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고, 데이빗은 항상 ‘문제아’라는 꼬리표에 갇혀 있었어요.
서로의 삶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았던 두 사람이 여행을 통해 서서히 감정을 드러내고, 서툴지만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게 되는 과정은 정말 뭉클하고 따뜻했어요.
그 여정 속에서 그들은 더 이상 할머니를 잃은 ‘유가족’이 아니라 자신만의 슬픔과 상처를 가진 한 사람으로서 서로를 마주하게 됩니다.
결론 – 진짜 유산은 ‘기억’이다
‘A Real Pain’은 상실을 소재로 삼지만, 결코 슬픔에만 머물지 않는 영화예요.
진짜 고통은 말하지 못한 감정에서 오고, 그걸 함께 나누는 순간 우리는 조금씩 치유를 시작할 수 있어요.
이 영화는 삶이 불완전해도 괜찮다고, 가족이 꼭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그럼에도 함께하는 기억이 남는다고 말해줍니다.
가벼운 듯 깊고, 웃음 뒤에 울컥하는 여운을 남기는 가슴 따뜻한 영화 한 편이었습니다.